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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뷰/로판, 로맨스

[로판 리뷰] 악당의 끝은 선택이 아니다 (진수윤/까망소금)

by ahslxj15 2024.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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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

1. 소개글

『제국력 xxx년 x월 xx일 이벨리아 로타 볼셰이크 사형.
제국과 대륙 전역에 걸쳐 악명을 떨치던 악의 귀족. 악의 축인 이벨리아 로타 볼셰이크. 지지부진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녀의 재판은 아주 빠르게 끝났다.

사형....
[제국의 꽃] 종장 中』

[제국의 꽃]이라는 흔한 로맨스 소설 속 사형이 예정된 악녀, 이벨리아 로타 볼셰이크로 빙의한지 3년.
살아남기 위해 원작을 바꿔보려 발악하지만, 오로지 실패만을 거듭하고 체념해가고 있을 때.

이벨리아가 모르는 사이 원작의 내용이 조금씩 더 많이 비틀리고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

그가 원작을 비튼다면 어떻게 될까. 그에게 돌아오는 대가는 무엇인가.
이벨리아가 짊어져야 하는 대가는 알고 있었다. 원작은 아주 사소하게 비틀어지기만 해도 암살자를 보냈다.

그녀를 노리고 어디에선가 자꾸 튀어나오는 놈들을 상대하는 건 리프였다. 더해서 그녀의 일이 수십 배로 불어났다. 덕분에 보좌관인 그의 일도 수십 배가 되었다.

만약 자신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죽어 없어지는 조연이 원작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리프는 이벨리아를 한층 더 끌어당겼다.
그가 원작을 비트는 대가는 아마도, 아니 확실하게 이 세계에서 지워지는 것이었다.

죽음? 죽는 건가?
그런 게 아니었다. 죽음 같이 명료한 것이 아니었다.
발끝부터 부서지는 더러운 느낌. 손끝부터 흩어지는 극렬한 공포감.

원작이라는 세계 너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가리를 벌린 끝을 알 수 없는 어둠뿐이었다.

그 불길하고 꺼림칙한, 온몸을 휘감아 녹여버리는 공포. 그래서 그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망설였고, 머뭇거렸다. 그는 귀를 막아 그녀의 비명을 외면했고, 눈을 감아 그녀의 고통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더는 놓아둘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따위는 상관없을 정도로 자신이 그녀만을 바라본다는 걸 깨달았을 때, 간질거리는 가슴께를 문지르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하지만 리프는 제 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를 위해 무저갱의 어둠같이 컴컴한, 온몸이 후들거리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자신은 그림자, 어차피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원작이 자신을 지워버려 그녀가 자신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을 거다.

리프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이마에 제 이마를 기댔다. 열이 나는 이마에서 온기가 전해져왔다.

"제가 할 일들로 인해 이 세계에서 먼저 지워진다 해도 당신의 말대로라면 고작 단어로 이루어진 것이 사라질 뿐이겠지요. 그러니, 부디 아파하지 말아 주십시오, 부디 홀로 시들어가지 말아 주십시오. 부디 당신만은…."

당신만은 온전히 자유로워지기를….

 

 

2. 줄거리

로판 소설인 '제국의 꽃'의 악녀 이벨리아 로타 볼셰이크에게 빙의했지만, 원작의 억지력대로 흘러가는 현실. 이벨리아가 아무리 아니라고 외쳐도 주변은 듣지 못하고, 행동을 멈추는 것에 이벨리아는 공포에 젖고, 악녀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더욱 커다란 일로 변하거나, 암살자들이 닥쳐온다.

 

결국 이벨리아는 억지로 악녀스럽게 행동하거나 남주를 사랑하는 척을 하지만, 맘에 안드는 행동만 하는 남주와 여주 때문에 힘겹기만 하다. 유일한 위안은 원작 엑스트라였던 암살자를 보좌관 삼아 이곳이 책 속이란걸 알렸다는 것.

 

본래 작중 이벨리아의 결말은 단두대행이었고, 이벨리아는 이 결말만은 피하기 위해 힘겹게나마 조금씩 원작을 비틀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소설 바깥의 현실 또한 변해가기 시작하는데.....

 

3. 감상평

작중 이벨리아는 일이 많다. 매우 많다. 악녀 역할 때문에 관심도 없는 사교계의 유행을 선도해야 하며 인간관계를 이끌어야 하고, 악당 노릇 때문에 암시장을 운영한다. 또 후작 겸 외무대신이라 정치와 나랏일까지. 그에 따라 보좌관인 리프까지 같이 갈려나간다. 이렇게 일이 많은데도 원작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일이 두배는 더 덮쳐오고, 거기에 일거리를 던져주는 남주와 여주 등.

 

여주는 성녀고 순수하고 착하다고 묘사되지만 현실을 몰라 이상주의고 그 대책을 남주와 이벨리아가 도맡아한다. 남주는 뿌리깊은 고정관념과 억지력 때문에 뭐만 하면 이벨리아에게 가서 따지고 함부로 하고, 보다보면 진지하고 서글픈 분위기가 섞인 고구마에 화가 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세상이 이벨리아를 억압하는데도 힘겹게나마 조금씩 비틀고, 그 행동 때문에 원작 여주의 이상을 발견하는 사람들. 

작중 밝혀지기 시작하는건 중후반부라 짜릿함과 함께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본래 죽을 예정인 서브남주까지도 어딘가 기시감 때문에 처절하게 저항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아 이벨리아의 편이 되기까지.

 

비극적인? 서정적인 분위기와 은근한 피폐함 때문에 로맨스는 있지만 희박한 느낌.

전체적으로 애절하고, 살아남는데 바빠 끈끈한 + 애정 섞인 동료 포지션과 비슷하다.

작중 원작 내용의 묘사와 이벨리아가 속한 곳이 번갈아 묘사되면서, 그에 따라 내용은 그대로지만, 분위기는 다른 식으로 전개된다. 이후 본격적으로 바뀌게 되면서 현실 세계 내용 또한 변화되기 시작한다.

 

 

4. 총평

원작 악녀에 빙의했지만 과로사할만큼의 일, 악녀라고 오해받는 현실, 원작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더욱 닥쳐오는 일과 찾아오는 암살자들로 인해 억지로 악녀 역할을 하는 여주.

은근 피폐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에 고구마지만, 내용이 전개되면서 힘겹게나마 소설을 비틀어가는 여주와 한결같이 그를 지지해주는 보좌관 남주.

 

내용이 전개되면서 조금씩 풀려가는 현실로 인해 몰입되면서 재밌게 봤던 소설. 

살아남는데 바빠서 로맨스는 희박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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