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글
육아물 악역 조연으로 환생했다.
귀여운 여주인공의 큰오빠에게 집착하고 매달리다 결국 여주인공에게 독을 먹이고 파멸하는 그런 찌끄레기 황녀로.
너네는 이제 내 쪽에서 사절이야!
그렇게 다짐하고 튈 준비를 했는데. 여주인공을 구해 버린 뒤 일이 제대로 틀어져 버렸다.
"언니를 건드리는 놈들,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 박살내버려."
"황실? 티타니아를 불행하게 만드는 무능력한 황실. 어찌 되든 무슨 상관인가."
"하하하하, 저 놈들은 날 미친개라 부르면서 왜 저리 머릿속이 비었대. 미친개가 사람 가려 물면 미친개인가?"
지, 진정하세요, 여러분. 전 파도가 아름다운 바닷가 별장에서 꿈과 희망과 돈을 즐기러 떠날 거라서요!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인 줄 알았는데.
“…당신이. 정말로, 죽은 줄 알고, 저는…….”
나를 담은 그의 금안이 내가 읽을 수 없는 감정에 잠겨 넘실거렸다. 보는 것 만으로 익사할 것 같았다.
“…끝없는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습니다, 티아.”
더는 제 앞에서 그렇게 사라지지 말아주세요, 간절하게 속삭이면서도. 어디로든 가지 못하게 옭아매듯 내 손을 움켜쥐는 그에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거기다.
“우리 오빠를 미워해도 좋아. 우리 아빠를 귀찮아해도 좋아!그치만, 우리 공작가의 돈은 싫어하지 말아줘!”
…공작가 보물이 다 들어있는 지하금고 열쇠를 대뜸 쥐어주는 귀염뽀짝한 여주인공님이며.
“다 귀찮아? 그럼 형 대신 날 선택해. 귀찮게 공작 부인 같은거 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 네 곁에 있을 테니까. 뭐? 개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왈왈으르렁컹컹!”
언제나 눈엣가시처럼 날 보던 여주인공 둘째 오빠까지 좀 이상해졌다. 너네 왜 이래?
2. 줄거리
육아물 여주인공에게 독약을 먹이는, 악역 조연인 티타니아 황녀로 환생했다.
제국의 마수를 물리치고 북부 결계를 수호하는 카스트라인 가문의 후계자 레이먼과 약혼을 맺었지만, 황실의 유일한 황녀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사용인들의 보살핌이나 부모의 애정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레이먼에게 집착하고 스토커짓을 하며 패악을 부리는 악녀로 소문났던 티타니아는, 어느날 베란다에서 떨어져 머리를 나무와 부딪히고, 이곳이 전생에 읽었던 육아물 소설이란 걸 깨닫는다.
어차피 아무리 애써봤자 레이먼에게 사랑받지 못할 걸 알고, 이 답 없는 황실에서 탈출하고자 도리어 카스트라인 가문과 거래를 하기로 하는데....
티타니아가 거래로 내민 성물 글로리아나의 휘장의 위치를 알려주고, 대가를 받아 챙긴 티타니아를 보며 카스트라인 가문은 티타니아를 지켜보기 시작한다.
반면 육아물 여주였던 막내 공녀. 비비가 황실에 숨겨진 지하로 떨어지는 걸 목격한 티타니아는 그 안에 숨겨있던 마수에게서 비비를 구해내고, 도리어 카스트라인 가문의 은인이 되면서 좀 더 긴밀한 거래 관계를 맺게 되는데.....
한편 원작의 악역인 황비가 준 마검과 접촉한 티타니아는 검의 계약자가 되어 '빛의 계약자'란 명칭을 듣고 진정한 계약자가 되기 위해 시험을 치러야 한단 말을 듣는다.
전직 마검이 말할 때마다 이모티콘이 붙어, 이모티콘 검이란 이름을 붙여준 티타니아는 황실 사람들이 아무도 가려하지 않는 남부의 결계를 위한 의식을 치르러 향하고, 황비의 경계와 숨어 있는 음모 사이에서 점차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하는데....
3. 감상평
중간중간 지루한 점만 없으면 5점까지 갈 수 있는 소설인데, 집중 안 되는 구간들 때문에 점수 조금 뺐다.
초반 가벼운 분위기의 로판으로 착각계가 섞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분위기는 무거워지고 숨겨있던 회귀 전의 회상 시점이 드러나면서 점차 무거워진다.
빛의 신과 어둠의 신의 싸움.
빛의 신이 내려준 힘을 가진 혈통과 마물이 오는 것을 막는 결계.
황실 사람들의 혈통으로 내려오는 빛의 힘이 가장 강하고, 모든 힘을 다룰 수 있지만, 점차 그 힘은 약해지고 사람들은 결계의 존재를 잊어가며 많은 혈통들이 사라졌다.
카스트라인 가문만이 그나마 잊혀진 혈통을 섞기 위해 노력하며 제국에서 마물들을 물리치고 황실이 해야 할 일을 거의 다 한다고 나온다.
반면 어둠의 신은 지저 세계에서 마물들을 올려보내며, 점차 지상으로 올라오기 위해 제국에서 많은 음모를 꾸미며 이미 힘의 차이가 나는 상황.
여기서 티타니아는 빛의 계약자로서 황비의 음모에도 맞서야 하고, 황실 사람으로서 결계도 수호해야 하며, 마물들을 물리치는데 검의 힘을 깨워 진정한 계약자로 거듭나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도 자기희생적 성격으로 사람들을 구하던 티타니아는 점차 세계의 진실을 알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초반 로판 클리셰대로 파혼하고 혼자 떠나서 휴양지에서 쉬겠다는 목적은 점차 사라지고, 심상치 않은 떡밥들과 회귀 전의 아포칼립스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점차 치열해진다.
소설을 읽다 보니 티타니아의 자기희생적 성격이 너무 존맛이었다.
남주의 가끔 나오는 애절한 면모.
한결같이 바르고 책임감이 크며 가족만을 위하던 북부의 후계자가 점차 타티아나에게 이끌리고, 개연성 없이 단순 집착하는 게 아니라 회귀 전에서의 감정으로 점차 어둡게 집착하듯 변해가는 게 매우 요망하면서도 이것도 매우 맛있었다.
이런 남주가 후반에 가서 본격적으로 변하는데, 매우 역대급 남주라는 감상이 남을 정도다.
근데 로맨스적 감정은 다른 위기와 합쳐져 절절하게 묘사되지만, 막상 제대로 된 로맨스는 외전격에 등장한다.
즉 본편에서는 이어지지 않고 속에 품은 감정만이 묘사된다.
여주와 남주의 매력도 큰데 인생 2회차라고 능력 있으면서도 내숭 떠는 육아물 여주인공 비비.
카스트라인 가문의 2공자인데 개차반 성격이지만 솔직하고 밝은 성격으로 타티아나와 친구처럼 어울리는 리시안셔스.
쓰레기 같은 황제와 황비, 1황자를 제외하고, 황후와 2황자 에이드리안, 어머니인 엘레나 등.
북부 공작과 3공자 등. 작중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기억에 남을 만큼 생생하면서도 매력적인 인물들이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감초처럼 티타니아와 대화하는 이모티콘 검이 간간히 웃기다.
여기에 신들의 싸움. 설정. 북부와 남부의 결계, 각 힘을 가진 성물들.
소재와 설정 자체는 크게 새로울 것도 없는데,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는 필력 때문에 그 같은 설정들이 매우 재밌었다.
4. 총평
-매력적이고 생생한 인물들.
세계를 구하기 위한 자기희생적 성격의 여주와 그런 여주로 인해 책임감 넘치던 소공작에서 점차 어둡게 가라앉듯 애절/집착하며 변해가는 남주의 매력이 매우 좋았다.
소재와 설정은 흔하지만, 치밀한 설정과 함께 흥미진진한 필력으로 매우 재밌게 읽었던 소설.
다만 간간히 지루한 틈들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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