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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뷰/bl

[BL 리뷰] 성공지향적 가이드 (박보율)

by ahslxj15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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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

1. 소개글

정보국의 '뱀', 인간 앰플러, 성공지향적 인간의 표본, 그리고 에스퍼 고우진을 짝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악행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가이드 선재찬.
그는 죽음을 앞에 두자 진심으로 지난날을 뉘우치고 우진의 행복을 빌게 된다. 그 덕분일까, 재찬은 6년이란 세월을 거슬러 다시 눈을 뜨게 되는데...

기대고, 의지하고만 싶던 대상이 이렇게나 앳된 존재였다니.

기억보다 훨씬 어리고 예쁜 우진. 재찬은 이번에는 그에게, 그리고 다른 소중한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자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SUCCESS PROJECT]

우진에 대한 사랑 외의 모든 프로젝트에 성공해 온 재찬.
그는 과연 이번 프로젝트 또한 무사히 완수할 수 있을까?

 

 

2. 스토리

능력있고 집안 좋은 A급 가인드인 선재찬. 모든 일에 효율성을 따져 가까이하는 사람도 급을 따져서 사귀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페어였던 에스퍼 고우진을 짝사랑해 집착한다.

 

오로지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어서 악행도 저지르고, 계략도 꾸며보지만 결국 모든 건 실패로 끝난다. 그리고 고우진이 속한 에스퍼팀과 선재찬이 속한 가이드팀이 함께하는 임무지에서 갑작스레 무풍지대가 일어난다.

 

무풍지대란 에너지가 혼란한 영역으로, 이 영역 내에선 에스퍼의 능력을 쓸 수 없고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곳이다. 일행은 위기에 빠지고 선재찬은 고우영의 새로운 가이드이자 연인인 남해솔을 갑작스러운 폭탄 앞에서 밀쳐냈다.

 

그 결과로 선재찬은 죽어가고, 마지막 순간 손을 잡아주는 고우진에게 지난날 했던 일들을 후회한다. 그리고 선재찬은 6년전. 21살의 날로 회귀하게 되는데... 

 

27살에서 21살로 회귀하고 보니 27살의 시선으로 보는 21살의 선우진은 너무나 앳되보였다. 의지하고 싶던 형 같은 존재가 이렇게 어려 보이다니... 선재찬은 그동안 집착했던 지난날들을 보상하고 싶어 페어를 그만두겠다고 하지만 이제껏 선재찬의 변덕에 질려버린 선우진은 계속 유지하라고 하는데...

 

 

3. 주인공들

고우진(공)

: 공기 속성을 다루는 S급 에스퍼. 대기업 총수의 자식. 온화하고 침착한 성격을 갖고 있다. 착하고 정의감이 있지만 왠만한 명령엔 호불호가 없이 모두 따르고자 한다. 다만 은근히 격렬한 성격을 갖고 있어 급발진할 때가 있다.

나이가 어리지만 팀원 내에서는 실질적인 리더 취급. 

약한 사람한텐 약하고, 강한 사람한텐 강한 타입. 집안 사정에 따라 효과적인 암계를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흑막처럼 보일 때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집착해온 선재찬을 지긋지긋해했으나 최근 달라진 선재찬을 혼란스러워 하며 두고 보기로 한다.

 

선재찬(수)

: 뛰어난 컨트롤 능력을 가진 A급 가이드. 집안 좋고, 에스퍼인 집안 내에서 유일하게 가이드다. 어렸을 적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해 성공지향적 삶을 지향한다. 때문에 효율적인 것만을 따지지만 회귀 후 달라진 목표(소중한 사람에게 기여하자)를 위해서 거리낌 없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

오랜 시간 고우진을 짝사랑했고 포기하려 하지만 선재찬이 달라진 후 고우진도 달라져 좀처럼 쉽지 않다. 

 

 

4. 감상평

198편에 달하는 장편인데 쉬지 않고 계속해서 재밌게 봤다. 원래 장편을 보면 지루할 틈이 있거나 다른 소설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이 소설은 정말 재밌어서 그럴 틈이 없었다.

 

일단 회귀 전 일어났던 사건들을 토대로 선재찬이 그걸 막기 위해 움직이는데 그 사건만 해도 개수가 많다. 문제는 그 사건이 이루어진다는 것만 알지. 어떻게, 왜 일어난다는 건지. 그 내막에 뭐가 일어났는지 모르다 보니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도 많다는 거다.

 

회귀물이라고 하면 앞날에 뭐가 일어나는지 다 알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사건만 알고, 그 흑막에 숨겨진 일들을 새로 밝혀내는 일이라 더 재밌고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로 인해 긴장감을 선사해 더 재미있다.

 

그리고 새롭게 밝혀지는 인물들의 비밀. 더군다나 이 긴장감은 선재찬과 고우진의 관계성과 감정 묘사에도 적용된다. 두 사람이 이루어지기까지 이뤄지는 다양한 사건들과 각자의 입장에서 이뤄지는 삽질들. 그리고 상대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더 깊어지는 감정들까지. 전체적으로 뭔가 쫄깃쫄깃한 재미가 있다.

 

장편인데도 끝까지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연애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사건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능력을 쓰는 초능력물, 선재찬과 고우진의 과거인 찌퉁 스토리까지. 이런 복합적인 얘기가 번갈아 나와 지루하거나 지치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던 게 아닌가 싶다.

 

 

5. 총평

초능력 가이드버스물 : 전투씬과 능력 묘사가 어색하지 않고 좋다.

회귀로 과거를 후회하는 수가 모든 걸 바꾸는 이야기.

달라진 수와 그에 감긴 공이 가끔 섹텐적인 분위기를 내며 지독히 감정적으로 얽혀가는 스토리.

 


[미리보기]

“더 참지 않아도 돼. 가이드국에 우리 페어 안 한다고 말할게. 네 가이드 리스트에서도 내 이름 빼라고 할 거고.”

당연히 각인도 물 건너갈 것이다. 2년 전, 부쩍 가까워진 남해솔과 고우진을 보며 심정적으로 포기했던 사항. 회귀한 재찬은 또 한 번 각인을 포기했다. 허망한 꿈을 빨리 떠나보냈다.

“앞으로 볼 일 없을 거야.”

목이 콱 막히는 상실감과 달리, 담담하게 나오는 목소리는 조금 마음에 들었다. 정보국 소속답게 선재찬은 감정 관리에 일가견이 있었다. 미련이 철철 넘치는 속내를 내색하여 우진을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인 일이다.

가슴이 비틀리는 상실감을 참아낼 때였다. 돌연 하, 짤막히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들었다. 기가 막힌다는 듯 비틀려 있는 붉은 입술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껏 구겨진 짙은 눈썹도.

“언제나 네 멋대로지. 고백도, 해지 통보도.”

재찬은 고우진을 얼떨떨하게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이해 못 할 말 때문에.

고백이라니?

…….

‘SUCCESS PROJECT’ 파일을 정리하며 재찬은 의식적으로 고우진과의 사적 기억은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제 욕심만 채웠던 미숙했던 순간들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역이었으니까. 해서 그와 엮인 기억 전체를 통째로 미뤄 두었었는데.

아.

뒤늦게 어떤 기억이 꿈틀거렸다. 선재찬은 얼핏 묻어 두었던 기억 하나를 틔워냈다.

설마…

지금 시점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잊고 있던 인생 최대의 흑역사를 머뭇머뭇 입에 담았다.

“내가… 내가 너한테, 벌써 고백했어?”

어찌나 당황했던지 목소리가 과속 방지 턱처럼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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