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 ⭐⭐⭐⭐⭐
1. 스토리 및 감상평
회귀 전 화군이었던 옥란. 수호무사였던 두란. 어릴 적 옥란의 유모가 두란의 어머니였고, 둘은 태어날 때부터 이어진 인연으로 자라면서 계속 함께했다. 그것은 옥란이 화군으로 발아할 때, 두란이 수호무사가 됨으로써 결정적인 인연으로 맺어지게 된다.
둘은 살고 싶어서 또는 헤어지고 싶지 않아 왕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가난하고 뒷배 없이 살았던 둘과 다르게 다른 화군들은 전부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거나, 무력 집안이거나 하는 식으로 전부 그들만의 권력이 있었다. 때문에 다른 화군들의 견제 속에서 둘은 이 악물고 고생길을 헤쳐나간다.
각 나라를 돌며 악귀들을 해치우고, 마침내 옥란에게 꽃봉오리가 맺히게 되 결실이 머지않았을 때. 그 꽃봉오리는 옥란이 화군중에 가장 왕에 가깝다는 표시였다.
그러나 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옥란은 살해당하고, 두란은 옥란의 꽃봉오리를 가지고 도망치게 된다. 아직 남아 있는 화군의 힘과 꽃봉오리의 힘으로 그들에게 복수하고자 두란은 결심한다. 한 나라를 통째로 죽일 수도, 살릴 수 있는 왕의 힘을 가지고, 비록 피지 못한 꽃이었지만 두란의 손안에 존재했으므로 두란의 복수는 거칠 것이 없었다.
왕의 꽃을 바치는 신단을 부숴 시간을 벌고, 무려 8년동안이나 화군들을 괴롭히고 최후에 옥란을 부르며 끝내 토벌당한 순간 두란은 회귀한다. 다시 어릴 때로 돌아온 두란은 기뻐하며 옥란을 찾지만 옥란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예 존재하지도 않은 옥란. 결국 옥란이 제 존재를 지워 두란의 시간을 돌렸다고 여긴 두란은 슬퍼하고, 마침내 왕이 서거한 날. 두란은 화군으로 발아하게 된다.
과거에 잘못했던 일들. 한으로 남았던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런 두란의 곁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2. 세계관 및 설정
세계는 아홉나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나라의 왕은 사람으로 태어나 화군으로 발아하고, 악귀의 양분을 먹어 뿔을 자라게 한다. 뿔을 키우고 모은 양분의 결정체가 바로 꽃이다.
화군들은 발아하여 각 나라의 신단을 들러 마디를 쌓는다.
이 마디는 힘과 관련이 있다. 마디수가 클수록 왕의 힘이 크다. 그에 따라 물려받은 힘이 크니 일곱 마디의 화군과 여덟 마디 화군의 힘이 비등하다고 봐야 한다. 각 나라를 돌고 마침내 피워낸 꽃을 바치면 왕이 될 수 있다.
화군의 힘이 강해질수록, 점점 식물과 닮아간다. 피부는 고와지고, 이목구비는 가지런해지며, 몸에서 향기가 나며 햇빛과 물 한 모금으로 며칠을 보낼 수도 있다.
힘도 강해져서 식물을 키우고, 비구름을 키워 번개를 내리는 등, 자연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신과 가장 가까운 힘. 수명도 길어져 가장 힘이 셌던 아라한의 왕은 아홉마디의 왕으로서 거의 천년 가까이 살았다. 왕의 뿔에 나는 꽃은 어린 시절 가장 인상 깊게 봤던 꽃이 피게 되는데 당연히 실제 꽃은 아니다. 힘의 형상화라고 봐야 한다.
때문에 이제는 멸종되어버린 꽃이나, 푸른장미가 피기도 한다.
작품 내에서 왕들은 오직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말하며 한없이 백성들을 위한다. 때문에 아름답고 강하며 백성들을 위하는 왕을 백성들도 사랑한다.
이런 왕과 이어져 있는게 수호무사라는 존재다.
수호무사는 화군 때부터 계약할 수 있는데 최종 단계가 5단계고 연리지라고 칭한다. 수호무사는 왕의 힘을 퍼다 쓰거나 공유할 수 있다. 왕은 수호무사의 감정을 느끼거나 시선을 공유할 수 있어서 왕궁에 있는 왕을 대신해 수호무사가 암행을 나가거나 전국을 돌며 악귀를 해치우고, 백성들의 삶을 보고한다.
각 단계수가 높아질수록 수호무사가 왕의 힘을 쓸 수 있는 한도가 커진다. 그러나 4단계부터는 계약을 끊을 수가 없고, 5단계가 되면 수명까지 공유하니 신하들은 3단계까지만 계약하라고 간청했다.
- 왕의 마디 수. 계속해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멸망할 수밖에 없는 세계.
세계에는 각 아홉나라가 있다. 악귀에게 멸망한 망국이 3개. 각 나라를 돌아 마디를 쌓아야만 9개가 된다. 천년전 아라한의 왕이 마지막 아홉 마디의 왕이었다. 때문에 아라한의 왕이 가장 강력하고, 그걸 물려받은 화군이 가장 강력하다.
아홉 마디에서는 아홉 마디를 쌓을 수 있지만, 일곱 마디에서는 일곱 마디까지만 쌓을 수 있다.
그래서 일곱마디의 왕과 아라한의 일곱 마디 화군이라면 화군이 더 세다. 필연적으로 쌓을 수 있는 마디수는 적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악귀의 영역들이 넓어지고, 왕들의 힘이 약해지니 힘의 영역이 점차 좁아져, 다음대 화군이 쌓을 힘이 줄어간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왕들은 나라의 외곽 땅을 포기하고 안쪽에서 더욱더 대비를 철저히 하기를 선택했다. 멸망이 다가오는 것을 직감한 왕들은 그것에 대비해 멸망을 맞이할 결심과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 악귀의 핵
사람을 많이 잡아먹으면 핵이 생기고, 점점 개수를 늘려나간다. 문제는 핵을 전부 깨트려아만 죽일 수 있는데, 핵이 여러 개인 악귀가 있을 경우다. 상대하기가 까다롭고, 핵을 깨트릴 수 없게 몸 곳곳으로 이동시켜, 핵이 완전히 깨질 때까지 인간을 초월하는 속도로 움직인다.
핵이 여러 개인 악귀는 나라에 거대한 위협이 되고 도저히 처치할 수 없어 내버려 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화군을 잡아먹은 악귀들은, 화군이나 왕과 비견할만한 힘을 갖고 있다.
- 각 종족들
다양한 종족들이 나라를 이루며 산다. 귓바퀴에 깃털이 달려 있거나, 몸에 기름막이 있다는 등 다양한 특징의 종족이 있으나 모두 인간이라고 통칭한다. 따라서 이종족이란 명칭은 없다. 다만 종족 간의 차별이나 노예상이 있어 피해를 입은 종족들이 있다.
3. 장점
캐릭터들의 매력이 전부 뛰어나다. 소설 내 비중 있게 나온 조연들은 전부 그들만의 서사가 있는데, 과거사가 나오면 그들만의 슬픔이 느껴져 어쩐지 찡해진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엑스트라가 없는 것만 같다.
전부 그들만의 고통과 슬픔. 그리움. 아름답던 추억을 감정 있게 묘사한다.
만약 필력이 좋지 않았다면 지루하거나 딴길로 샜을 법한데 각각의 설정과 필력 덕분에 전체가 짜임새 있다.
무엇보다 작중 내내 등장하는 주인공의 시선이 대단하다.
표지로만 보면 화려한 꽃 같은 모습이지만, 작중 내 두란의 별명은 번개, 전신 등 위압적인 이름이다.
수호무사의 전투력과 화군의 어마어마한 힘. 고생해서 익힌 경험들이 두란을 결코 약해 보일 수 없게 했다.
영혼의 반쪽이었던 유일무일하던 꽃. 나의 왕이자 가족 같던 이을 잃고 이따금 회상에 잠겨 그리움을 토해내는 두란을 보며 어쩐지 먹먹해진다.
소나무처럼 한결같이 두란만을 따르는 청송. 언제나 한결같으면서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그를 보고 두란은 수호무사였던 자신을 떠올리고, 이내 화군이었던 옥란의 입장을 이해했으며, 끝내 그에게 스며들게 된다.
옥란의 스승이자 학자이며 두란의 일행 중 한명인 백처선은 화려하면서도 아찔한 미남으로 그려진다.
매우 똑똑하고 머리가 좋아 수 싸움 하는데도 몇 수는 둘 줄 안다. 아는 게 많아 두란에게 도움이 되고 있으며 말솜씨나 거래가 뛰어나서 거래하는 상대방은 언제나 울게 된다. 성격이 능청맞고 두란에게 흥미로운 점이 많아 기꺼이 같이 하길 바랐다.
험난한 여행길에 오를 만큼 학자의 몸으로도 악귀 몇 마리를 해치울 줄 안다. 겉모습과는 다르게 구운 애벌레를 먹고 맛있다고 느끼는 등 손재주도 섬세하다. 과거사도 흥미롭게 소개되어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한 명이다.
무려 두란보다 12살 위라 러브 라인은 아예 없고 그냥 스승이라고 못 박았다.
3. 단점
못 찾겠다.
4. 총평
십이국기 같은 소설이라 재밌게 읽었다면 추천할 만한 소설이다.
다양한 종족들이 등장하는데 모두 인간이다. 각각 그들만의 깊은 사연이 있는데 각 챕터와 연관되어 긴밀한 연결을 그린다. 작가님이 큰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예를 들면 2 챕터에서 등장하는 조연이 4 챕터에서 등장한 조연과 사연으로 얽혀있는 식이다.
작중 내 두란의 복수나 결정적인 속마음은 후반부에 밝혀진다.
주인공인 두란은 속마음을 숨기는데 어색하고, 거짓말하면 금방 티가 나지만, 작품을 보는 독자의 시선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후반부에 이뤄지는 결론은 앞의 서사를 잘 쌓아서 납득된다.
왕과 화군. 수호무사라는 설정은 정말 새로우면서도 신비롭다. 또한 개연성이 잘 짜여서 만점 중에 만점을 줄만하다.
무엇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차별화돼있다는 게 좋다.
요괴와 악귀의 관계. 정말 신비로우면서도 조연들의 서사가 확실해서 각 챕터가 명작이다. 각국에 있는 왕과의 만남에서도 그들의 과거를 엿볼 수 있어 한없이 애틋하다. 이 소설에서는 다른 화군도, 왕들도, 조연도, 백성들도 하나같이 뭔가 선량해 보인다.
악의에 휘둘리는 인물도 분명 있고, 고통받는 피해자들도 분명 있지만 어딘가 따뜻한 소설같이 느껴진다.
슬픔이 정이, 그리움이 있다. 과거를 향한 그리움이 내일을 향한 강인한 마음이 그들을 살게 한다.
몇 번을 재탕할 정도의 소설.
'소설 리뷰 > 언정, 동양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정 리뷰] 절세소독비 (서유일이삼) (0) | 2022.08.31 |
---|---|
[언정 리뷰] 독후중생계 (앵무쇄월) (0) | 2022.08.26 |
[동양판타지 리뷰] 빈껍데기 소녀 (이제언) (0) | 2022.08.13 |
[언정 리뷰] 성세의 비 (봉경) (0) | 2022.08.12 |
[언정 리뷰] 폐후의 귀환 (천산다객) (0) | 2022.08.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