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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뷰/로판, 로맨스

[로판 리뷰] 가짜 시녀 (재겸)_동화풍 분위기를 각색한 세계에서 힘겹게 살아가며 점차 서로를 의지하는 그들

by ahslxj15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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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

1. 소개글

레일라 공주의 시녀 말리는 벨담 왕의 왕비로 시집가야 하는 공주와 역할을 바꾼다.
공주는 시녀로, 시녀는 공주로.
말리는 공주가 되어 신의 저주를 받아 가면 쓴 왕에게 매일 밤 시달린다.

하지만 말리는 레일라 공주에 비하면 자신은 호사스러운 처지라고 생각한다.
시녀가 된 레일라 공주는 매일매일 화가 나 새빨개진 얼굴로 말리의 방과 정원을 청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말리는 레일라 공주에게서 이상한 조짐을 느낀다.
남에게 몸을 보이기 싫어하던 왜소한 공주는 벨담으로 온 후 살도 붙고 부쩍 키가 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 1년만 시녀 노릇을 한 후,
남자와 도망치겠다던 레일라 공주는 어느새 말리보다 한참은 커졌다.
그리고 말리는 레일라를 보고 어떤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녀가 사실은…….

“저는 차가운 바닥에서 자는 삶이 어떤 건지 알아요.”
“……내 뺨을 친 계집애가 할 말은 아닌데.”
“때린 사람은 발 뻗고 자지 못한다는 말 아세요, 공주님?”

서로를 싫어하면서도 서로밖에 남지 않은 공주와 시녀의 이야기.

 

2. 줄거리

엄마는 마녀라고 몰려 사람들에게 죽고, 말리에게 유일하게 남겨진 것은 엄마의 피가 묻어있는 천조각.

엄마가 이게 말리를 지켜줄 거라고 말하지만, 말리는 그저 한 조각의 희망과 유품이라는 이유로 힘겨운 삶에서도 꾸역꾸역 그걸 가지고 다닌다.

 

어느 날 성안에서 하녀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지원한 말리는, 왕궁 구석에서 천대받는 공주의 궁으로 가 공주를 모시게 된다. 말리는 마르고 예쁘지도 않으며, 그녀를 비웃던 공주를 재수 없다고 여기지만, 옆 나라 벨담 왕국과의 정략혼으로 레일라 공주가 선택되어 이동할 때. 막대한 보수를 받고 옆에서 공주를 모시기로 하는데....

 

그러나 산적의 습격으로 기사들과 사용인들이 죽고 레일라 공주와 말리만이 살아남은 상황.

결국 어쩔 수 없이 둘만이 벨담 왕국으로 걸어가며, 말리는 레일라 공주의 말이 말을 할 수 있는 말이란 걸 깨닫는다.

 

그리고 레일라 공주는 말리에게 치욕을 당하고 싶지 않다며 왕비가 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자신과 신분을 바꾸자고 말해온다. 언제나 천하고 힘들게 살아왔던 말리는 그 기회를 냉큼 수락하고, 귀한 신분의 공주가 됐지만 저주에 걸렸다는 왕은 난폭하고 사람을 하찮게 여기며, 여인을 성적 학대하는 놈이었다.

 

지난 시간 힘들게 살아온 경험으로 왕의 학대에 버티지만, 벨담 왕국에 와 갑작스레 키가 커지고 어깨가 넓어진 레일라는 시녀로 힘들게 버티면서도 죄책감에 말리의 곁에 남아 어쩔 줄 모르고, 처음에 서로가 서로를 경멸하고 싫어했던 두 사람은 점차 거리를 좁히기 시작한다.

 

 

3. 주인공들

레일라(남주, 전직 공주->시녀) :

본래 공주로 지내면서 잘 먹지 않아 매우 마르고, 예민했지만 벨담 왕국으로 와 힘겨운 시녀 일을 하면서 잘 먹고 지내면서 키가 커졌다. 본래 시녀 일을 하다가 도망가려 했지만 학대당하는 말리가 걸려 남아있다가, 점차 말리를 향한 마음이 커진다.

 

말리(여주, 시녀->공주) :

힘겹고 거친 삶을 지내면서 공주의 하녀가 되고, 공주가 된다. 어릴때 마녀의 딸이라고 불리며 자랐지만, 어머니의 다정을 제외하고는 삶에 유일한 온기가 없어서 삐뚤고 거친 태도만을 보인다. 그러나 겉은 서툴지언정 나쁘지 않은 인물로서 공주보다 더 예쁘장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 주변을 쉽게 속이며 넘어갔다.

 

 

4. 감상평

여러 동화를 소재로 쓰며, 그 동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더욱 새로웠던 작품이다.

 

소설 초반 마녀와 말하는 말, 서로 신분을 바꾼 공주와 시녀의 동화풍 소재인데, 여기에 여장남자란 소재를 썼다. 결국 공주가 남주였던 셈인데, 1권 막바지만 해도 약간의 단서만 흘릴 뿐. 본격적인 단서가 없어서 누가 남주가 될지 모르면서 그냥 읽었다.

 

처음 남주인 줄 알았던 저주받은 왕.

황금 가면을 쓰고, 그 가면 안쪽을 본 사람은 피를 토하며 죽는다는 저주를 받고, 아이를 낳으면 그 저주가 사라진다고 한다. 저주를 풀려면 관계를 가져야 하는데, 이 왕은 하드한 학대 겸 유사 성행위만 할뿐, 본격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아 말리에게 의문과 애타는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소설이 전개될 수록 이 이물질 왕의 존재로 인해 남주와 여주의 시련이 되어주면서 더욱 그들을 애절하게 만들고 마음을 자각하게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소설 자체의 분위기도 진짜 중세 특유의 야만적이고, 무거운 느낌과 함께 잔혹동화 분위기도 풍긴다.

 


 

여주가 힘든 삶을 살면서 누구에게도 다정한 태도를 배우지 못해 사납게 대하지만, 그럼에도 심성은 나쁘지 않아서 서툴게나마 다정하게 대하는 것도 찌퉁한 포인트.

 

남주가 여주한테 정중한 말투로 말하고, 서서히 남자다움을 갖추며, 반전스런 비밀도 재밌었다. 

끝까지 이기적이지 못한 남주가 이상하게 더욱 좋았다.

 

서로를 경멸하고 싫어하는 관계에서 유일하게 비밀을 공유하는 서로가, 점차 왕의 학대에 힘든 삶을 버티며 점차적으로 가까워지는 관계가 서사적으로 좋았다.

 

여기 있는 주인공들은 모두 완벽한거나 대단하지 않고 힘도 없다. 그래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다가 그 행복이 서로인 것도, 인간답게 이기적인 점을 보이는 것도 오히려 입체적이어서 더욱 공감이 갔던 캐릭터들이다.

 

총 2권이고 이런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입체적이며, 그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이 섬세해서 짧은 권수인데도 내용이 꽉 차 있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까지 약간의 반전과 함께 잔인한 표현이 나오지만 그래도 결말에 만족했던 작품.

 

 

5. 총평

동화풍 분위기와 함께 그 소재를 각색해서 더욱 새로웠던 작품.

잔인한 고어 묘사와 피폐 분위기. 그 속에서 서로를 싫어하던 두 사람이 점차 가까워지는 관계성을 담아서, 캐릭터와 감정. 분위기가 입체적이고 섬세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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