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글
밤낮을 꼬박 앓고 일어났을 때에 완전히 다른 세계에 도착해 있었다.
오로지 최애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보았던 책 <심연의 끝>, 제목만으로도 피폐 막장물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 세계에.
그저 책 표지의 얼굴만 믿고 픽한 최애는 살벌한 폭정을 휘두르는 미친 황태자였고,
자신이 빙의한 건 마물이 끊임없이 침입하는 마을에 사는 이름도 없는 엑스트라 사냥꾼이며,
마물 사냥꾼은 수도로 입성할 수도 없는 천한 신분이었다.
하지만 만약 만날 일이 있더라도 미친 황태자는 피하는 게 상책일 터였다.
“최애가! 없으면! 나는! 이 책! 끝까지! 못 본다고! 으아아아!”
그렇게 엘라는 최애를 볼 수 있기를 울부짖으면서도 최애를 보면 안 된다는 모순적인 감정을 안고 고된 3년을 보냈다.
그러니까 최애의 얼굴마저 모조리 잊을 정도로, 자신의 까다로운 취향을 그대로 저격하는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
“저 남자…….”
“저 남자? 귀족 말하는 거야? 그 사람이 왜?”
“너무…….”
“너무?”
존잘이야.
마지막 말을 가까스로 삼킨 엘라는 멈춰 있는 줄도 몰랐던 숨을 내쉬었다.
2. 줄거리
오로지 취향의 얼굴만으로 소설을 읽던 주인공. 까다롭기 그지 없는 취향으로서, 아무리 쓰레기 같던 인물이라도 기꺼이 최애가 됐으며 그 최애가 죽기라도 하면 바로 하차해 버렸다.
어느 날 피폐 로판 '심연의 끝'을 읽고 그 책속에 빙의됐지만, 누군지 모를 몸에 마물 사냥꾼들이 자리한 마을. 기억도 없어 스스로 엘라 레인이라 이름 붙인 주인공은 매우 뛰어난 신체능력으로 마물사냥꾼이 됐지만, 천하게 여겨지는 신분으로 수도 입성이 금지되어 3년간 삶의 의미 없이 마물 사냥꾼으로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원작의 쓰레기 같은 남주. 황태자가 자신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공작을 처리하기 위해 공작과 기사단을 변방에 보내고, 마물 대백과에 쓰여진 마물들의 정보를 다 쓰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도록 명령한다.
귀족들이 만장일치한 상황에서 결국 거부할 수 없던 공작은 변방 마을로 향하고, 자신이 죽게 될 거라 예감하지만 길잡이를 선발하기 위한 자리에서 공작의 얼굴을 본 엘라가 지원하고 나서 상황은 순식간에 달라지기 시작한다.
또라이 같은 성격과 무시무시한 무력. 앞뒤 없이 막나가며 저돌적인 성향으로 도끼를 휘두르는 엘라를 보며 사람들은 그 성격에 학을 떼며 엘라를 두려워하지만, 어느새 그녀를 신뢰하게 되고 엘라 또한 지루하기만 한 일상에서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얼굴을 보고 공작을 지켜주리라 다짐한다.
원작에 예정돼있는 공작의 데드플래그.
엘라는 엄청난 활약으로 공작과 기사들을 지키고, 한편 자신을 지키겠다는 마물 사냥꾼의 유쾌한 태도를 보며 공작 또한 어느새 엘라에게 조금씩 마음이 가기 시작하는데....
3. 주인공들
엘라 레인(여주, 마물사냥꾼) :
금발에 올리브색 눈. 단정한 미인이지만 항상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피로 변색된 도끼를 들고 다니며 귀족이든 황태자든 앞뒤 가릴 것 없이 욕하고 공격하는 태도 때문에 사람들이 그 또라이성에 경악하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구했던 일들 때문에 신뢰 또한 받는 인물.
기억이 없는 엑스트라 몸에 빙의됐지만, 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신체능력과 마물의 핵을 보는 눈으로 어딘가 심상치 않은 비밀이 있는 듯하다.
클라이브 원터록(남주, 겨울공작) :
매우 잘생겨서 까다롭던 엘라가 한눈에 취향 저격당한 얼굴. 어린 나이에 공작이 되고 책임감과 의무 때문에 철저하게 법과 충성심을 지키며 살아왔다. 언제나 빈틈없는 옷과 융통성 없는 태도 때문에 다른 귀족들에게 꺼려지는 인물이었지만 그와 상반되게 사소한 법들을 지키면서 시민들을 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엘라를 만나고 그녀에게 휘말려 점차 자유롭던 본래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4. 감상평
여주의 걸크러시 매력. 막나가지만 압도적인 무력으로 먼치킨적 활약을 보이는데, 또라이 같고 앞뒤 가리지 않지만, 결국 사람들을 구한다는 점에서 유쾌하고 시원스럽다.
이런 여주의 또라이 같은 면이 주변 사람들을 해탈하게 하는데 이게 웃기면서 유쾌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고지식하기만 한 남주가 자신을 지키겠다고 하는 여주에게 점차 감기면서 조금씩 시선이 가고 마음이 가기 시작하는데 이 같은 감정들이 어딘가 간질간질한 느낌이 있다.
두 사람과 기타 조연들이 함께하며 여러 위기들을 손쉽게 돌파해 가는데, 여기에 주인공을 제외한 조연들.
원작 주인공이었던 얼굴만 화려한 황태자. 나약하지만 사실 괄괄한 능력을 숨기고 있던 원작 여주, 그 외 인물들의 개성 있는 성격과 합쳐진 시너지도 좋았고, 소설 전개가 흘러갈수록 새로운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사건이 계속 달라지는 것도 재밌었다.
이 같은 흐름으로 다양한 소재가 등장해 계속 지루하지 않고 재밌고 유쾌했던 소설.
5. 총평
여주의 걸크러시 매력이 돋보이는 소설.
또라이 같은 성격과 압도적인 무력이 유쾌하고 시원시원해서 매력적으로 비친다.
여기에 속절없이 감기는 공작의 고지식한 태도가 점차 자유롭게 변해가는 것까지.
다소 신선한 사건들로 전개가 이어져 지루한 장면 없이 술술 읽어나가 재밌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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