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 ⭐⭐⭐⭐
1. 소개글
아리아드네를 위하여
-니세우스, 아비의 부정(不淨)으로 말미암은 너를 부정(否定)한다.
-…….
-나의 부정은 그대를 좀먹을 것이고, 종내 너는 자신(自信)을 부정하며, 모든 것들의 심장 속에 포복한 어둠과 삶을 나누리라. 가없는 투쟁은 그대의 피가, 잊히지 않을 고통은 그대의 살이 되리라. 너의 세계는 어그러질 것이며 너는 지배하며 지배당하라.
-…….
-내 저주로부터 몸 숨길 길이 존재한들, 제우스의 아들인 너는 결코 이르지 못하겠지. 니사의 어린 제우스, 부정의 아들아.
여신은 소년에게 광기(狂氣)와 수수께끼를 선사했다.
*
시간이 잠시— 멈추었다. 다시 흐른다.
신은 왕녀를 조우했다.
유일하게 아름다운—
영웅 테세우스를 도왔음에도 버림받아 섬 낙소스에 남겨진 왕녀, 아리아드네.
“……낙소스는 누군가에게는 낙원이 될 수 있어요. 그것이 그대가 아닐 이유는 없죠.”
“……왜 제게 이렇게 해주세요?”
“그러고 싶으니까요.”
“그러니까, 왜요?”
디오니소스가 고개를 틀어 그녀의 코끝에 코를 맞댔다.
‘그대가 너무 아름다워서요.’
흘리듯 답하며 속삭였다.
쾌락, 오로지 쾌락만을 위하여.
오르기아(orgia)의 밤, 쾌락이 쾌락을 지배했다.
2. 줄거리
신과 함께하는 신화 속 시대.
주신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 태어난 디오니소스를 향해 여신 헤라(제우스의 아내)는 광기의 저주를 내린다.
한편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고 왕비와 소가 관계하여 태어난 미노타우루스는 인간을 죽이지만, 여신의 뜻을 죽일 수 없어 미로에 가두고 주기적으로 제물을 바친다.
미노타우루스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테세우스. 그런 테세우스를 도와주라는 여동생 파이드라. 때문에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를 돕지만 그녀의 행동에 형제와 군인들 모두가 그녀를 배신자라고 부르고, 그를 두고보지 못한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와 파이드라를 데리고 떠난다.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피가 이어졌었고, 평생을 갇혀 지냈던 미노타우루스. 그를 죽이는데 일조하고 나라를 떠났다는 것에 아리아드네는 죄의식을 느끼고 항해 중 물품을 보충하기 위해 상륙한 섬에서 테세우스의 배는 그녀를 내버려두고 떠나고 만다.
광기와 캐락.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섬기는 섬에서 아리아드네는 의연하고자 하고, 그를 지켜본 아름다운 남자는 아리아드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데....
아름다운 생김새, 정중한 말투, 호화로운 옷차림에 아리아드네는 그를 부잣집 한량이라 생각하지만 그는 디오니소스라 소개하고, 아리아드네는 신의 이름을 함부로 말하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3. 주인공들
아리아드네(여주, 크레타의 왕녀) :
테세우스가 구혼하는 것에 내키지 않지만, 그녀가 배신했다고 여긴 사람들에게 벗어나 얼떨결에 배에 오르고 만다. 미노타우루스를 죽였다는 것에 죄책감을 품고 있다.
디오니소스(남주, 술과 광기의 신) :
언제나 그 곁에 광기와 쾌락이 돌고, 그와 마주하면 미치고 비참하게 된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도는 신.
헤라의 저주로 인해 아름다운 것을 봐도 그 속의 오만을 보고, 왕을 봐도 그 속의 탐욕을 보는 등. 신의 눈과 합쳐져 그 속을 꿰뚫어보지만 상처받은 아리아드네를 보고 유일하게 아름답다 여긴다.
4. 감상평
삼족섬님 특징이 그리스로마신화를 모티브로 각색해서 쓴다는 건데, 원래 그리스로마신화를 좋아하고 이 작가님 필력도 좋아서 이번에도 재밌게 본 작품.
짧은 권수라 흐르듯이 읽기 좋고, 여주는 무난하고 남주는 매력적이었다.
신화 특유의 문장력과 작품 내 미스터리를 제공해주는 남주/디오니소스의 의미심장함.
초반 상처 입고 버려진 아리아드네는 낯선 섬에서 약간 고생도 하고, 공포도 겪지만 이내 신답지 않게 정중하고 다감하게 대해주는 디오니소스에게 점차 물들어간다.
한편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에게 돌아가고자 하고, 그런 테세우스의 움직임에 다른 신들이 대립한다.
그를 못마땅하게 본 디오니소스는 아리아드네를 넘기지 않으려 온갖 계략, 교묘한 말솜씨로 아리아드네를 속이려 하고, 그로 인해 드러나지 않은 거짓과 진실이 아리아드네를 혼란스럽게 한다.
거기에 주변 신들이 말하길 디오니소스는 타고나길 교활한 거짓말쟁이라고 얘기한다.
19금이고 신답게 절륜하지만 씬은 흐린 눈으로 넘겼고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두 주인공의 관계성과 어떻게든 떠나게 두지 않으려고 디오니소스가 안달하는 점. 결말쯤 밝혀지는 모든 속사정과 그로 인해 밝혀지는 디오니소스의 계략과 집착. 음습한 점이 후반까지 무난하게 재밌었다면, 에필로그에서 인상 깊게 끝나면서 재미를 더해준다.
5. 총평
그리스로마신화를 모티브로 각색한 로판 소설.
술과 광기의 신 디오니소스와 상처받은 왕녀 아리아드네의 만남.
다정하지만 계략/집착남에 교활한 남주와 뭐가 진실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관계성. 그로 인한 미스터리/시건물이 재밌고 결말쯤 밝혀지는 모든 진실로 인해 임팩트 있게 끝난다.
'소설 리뷰 > 로판, 로맨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판 리뷰] 내 아이는 악역입니다 (류란) (21) | 2024.02.18 |
---|---|
[로판 리뷰] 악마의 주인님이 되어버렸다 (꾸꾸즈) (22) | 2024.02.16 |
[로판 리뷰] 다프네를 위하여 (삼족섬) (18) | 2024.02.12 |
[로맨스 리뷰] Song in Black 송 인 블랙 (정일린) (21) | 2024.02.10 |
[로판 리뷰] 남주들의 집착보다 내 탈영이 빠르겠다 (아듀) (23) | 2024.02.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