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 ⭐⭐⭐⭐⭐
1. 소개글
아홉 살이 되던 해 봄. 있는지도 몰랐던 아빠가 나타났다.
“왜 찾아왔어? 얼굴 안 보고 사니 편했는데.”
“그간 편하셨으니 이제 불편할 때도 되지 않으셨습니까, 전하?”
알고 보니, 우리 엄마는 사실 폭군의 딸이었다.
아빠는 그 폭군을 폐위한 공작님이었고.
“바쁘고 위대하신 셸시어스 공작님께서? 나 불편하라고 날 찾아?”
“남편이 아내를 찾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입니까?”
“우리가 아직도 그런 사이였어? 내가 그걸 미처 몰랐네. 이혼하자.”
……둘이 대체 무슨 사이인지 누구 설명해 줄 사람 없나요?
***
“네가 더 어렸을 때부터 안아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부드럽고, 다정하고, 아쉬운 감정이 물씬 배어나는 낮은 목소리. 조금 머뭇거리다가 고백했다.
“저는 예전에 엄마를 자주 슬프게 했어요. 더 일찍 만났으면 절 싫어하셨을지도 몰라요.”
그 말에 아빠는 웃음을 터뜨렸다. ……난 진심이었는데.
한참 웃다, 그는 자잘한 웃음기가 덜 가신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
더 일찍 만났으면 네가 조금 더 많이 아빠라고 불러 줬겠지. 그거면 충분해.”
2. 줄거리
9살의 클레르는 쌍둥이 동생 이시엘, 엄마와 함께 계속 도망치고 있었지만,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클레르와 이시엘에게 자신과 똑 닮은 아빠가 찾아오고, 그로 인해 심상치 않은 엄마와 아빠의 과거를 알게 된다. 또한 클레르가 다른 아이들과 틀린 희박한 감정과, 바람을 다루는 능력의 원인이 이스타리올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데...
3. 감상평
1부와 2부가 나누어져 있는 장편. 1부는 엄마와 아빠의 긴장감 있는 텐션과 함께하는 배틀연애, 클레르의 시점으로 과거의 비밀을 조금씩 알아가고, 이시엘과 클레르가 사랑받는 일상물이면서도 조금씩 황도에 적응하는 이야기다.
그 모든걸 예술적인 수식어로 묘사하는데, 때문에 모든 장면이 시적인 분위기로 전개된다.
때문에 모든 장면이 명장면, 명대사인편. 또한 인물들이 모두 입체적이고 각자의 서사가 있어 매력 있다.
아빠는 셸시어스 공작이자 아스타리올로서, 아스타리올들은 반신으로 추앙된다. 사람의 감정에 무디고 비인간적이라, 이성으로만 판단하며 각자의 능력을 가지고 악마들과 싸우는, 과거 신전에 속해 마법사들을 탄압했던 존재.
성서에서 아스타리올을 추락시켰다는 악마를 타라라고 하는데, 타라란 아스타리올이 각인하는 존재로서 타라에 의해 아스타리올은 모든 감정을 겪게 된다.
당연히 엄마인 샬롯이 타라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정치적 입장과 원한 관계,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인해 샬롯은 아셜(아버지)를 계속 거부하고, 야셜은 계속 다가가는, 때문에 서로의 감정이 휘몰아치는 애증물이기도 하다.
아빠 피셜 타라를 만나면 '그저 내 삶의 주인이 거기 있다는걸 알게 돼'라고 말했다.
샬롯에게 집착하고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놔줄 수 없고, 품에 들어올 때마다 환희하는 아셜이, 아이들에게 다정한 유니콘 같은 아빠로 큰 매력을 선사한다.
그들의 사연이 조금씩 등장하면서, 복잡해도 이해가 쉽다.
과거를 하나씩 알아가는 점도 꿀잼인데, 복잡한 사연 속에서 긴장감 도는 텐션, 사랑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랑에 빠지게 된 샬롯과, 지옥 속에 상대를 떨어트려 환희를 느끼는 아셜의 감정이 매우 밀도 있어서 몰입도가 컸다.
여기에 자칫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무거워질 수 있는데, 과거를 똑똑하게 파악해가는 주인공 클레르와 진짜 아이지만 햇살같이 밝은 이시엘로 인해 따뜻한 가족 같은 분위기가 첨가된다.
9살의 아이라 가족물에 성장기. 타라가 될 수 있는 아르테어를 만나게 되지만, 본격적인 로맨스는 성장 후 2부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2부에서도 대악마와 싸우는 다크 판타지풍의 전투씬 있는, 악마의 음모를 파헤치는 사건물이라 로맨스가 뭔가 희박한 느낌. 천재적인 마법사였던 아르테어가 악마와 싸우면서 악마를 제 몸에 봉인하고, 대악마와 아르테어의 주도권 싸움. 그 안에서 악마에게 속을 때도 있지만 어떻게든 아르테어의 몸을 되돌리고, 살리고 싶어하는 클레르의 노력.
초반 초월적이고 뭔가 의미심장한 악마로 인해 순간 악마가 남주 후보인가 의심하고, 두 존재가 융합되어 새로운 남주로 탄생되나 싶었지만 아니었다. 능글거리는 악마와는 다르게 모든 면에서 싸늘하고 날카로운 아르테어가 악마보다 더 매력적이었는데 다행히 온리 아르테어 루트였다.
1부에서 아르테어가 절망하고 좌절할 때마다 속절없이 끌리던 클레르는, 아르테어를 망가트리고 싶지 않아 마탑으로 보내고 멀리하지만 행복하길 바랐다. 여기서 타라란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끝내 좌절하지 않는 존재라고 짐작한다.
끝내 클레르는 악마에게 몸을 돌려받으려 타라가 되라고 하지만, 클레르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으면서도 클레르가 독립적으로 살아가길 바라 끝내 타라가 되기를 거부한다.
그러면서도 사소한 것에 져주고, 다만 서로를 사랑해 큰일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 두 사람. 보통 로판에서 남주가 여주에게 무조건 져주거나 이겨먹는데, 여기에서는 서로의 고집이 만만치 않다. 악마들의 속셈을 파악하고 전개가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더 재밌었던 작품.
4. 총평
임신튀 한 엄마를 찾아온 아빠로 인해 시작되는 이야기.
반신인 이스타리올 소재로 감정에 둔하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 클레르와, 쌍둥이지만 능력 없이 햇살 같은 이시엘. 과거의 서사와 복잡한 관계성으로 배틀 연애를 찍는 부모님.
서사와 감정 맛집, 예술적인 수식어로 묘사하는데 인물들 각자의 서사가 합쳐져 매우 재밌고 몰입감이 크다.
1부가 클레르 시점으로 보는 부모님 사연 파악하기, 수도에 적응하고 사랑받는 일상물이라면, 2부에서는 대악마와의 싸움으로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하지만 전투씬 등의 사건물이 너무 재밌어 로맨스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느낌.
사건이 어디로 갈지 예상도 안가고, 인물들의 배경이나 설정. 감정 밀도나 묘사 모두가 촘촘하고 짙어서, 재밌어서 오히려 더 아쉬운 느낌이 든다.
'소설 리뷰 > 로판, 로맨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판 리뷰] 페르세포네를 위하여 (삼족섬) (0) | 2023.11.28 |
---|---|
[로판 리뷰] 깨진 유리구두의 조각 (열매) (0) | 2023.11.26 |
[로판 리뷰] 뒤늦은 집착은 매력 없다고 가르쳤더니_(은하루) (0) | 2023.11.23 |
[로판 리뷰] 악녀 역에서 퇴장하겠습니다_2.3점(천칭뱀) (0) | 2023.11.21 |
[로판 리뷰] 마탑의 웬수들_(세싹) (0) | 2023.11.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