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글
익명의 편지를 받았다.
친구인 마가레타 영애에게 '재수생'이라는 영혼이 빙의되고, 그 여자가 제국의 잘난 남자들을 모조리 차지하여 '역하렘'을 만든다는 예언서가 동봉되어 있었다.
그 예언서에 따르면, 내 약혼자 카리안도 나를 배신하고, 그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데....
"당신, 바람피우면 죽여 버릴 거야."
".... 지금 나한테 집착하는 거야? 너무 설레!"
하지만 이 자식의 의지에만 기댈 수 없다. 장난 편지겠지만, 혹시 모르니 몇 가지 조치를 취해야겠다. 친구에게 빙의된 악령을 막고, 약혼자도 지켜야지.
***
"이게 뭐야? 신체 자유의사 포기 각서?"
"실례야, 카리안. 괄호 열고 신체 괄호 닫고 자유의사 포기 각서라고 읽어야지."
나는 치마에 붙은 실오라기를 탁탁 털면서 부연 설명을 했다.
"위급 시에 행동을 저지하고, 약간의 제약을 허용한다는 내용이야. 대체 어떻게 유혹하는지 모르겠지만, 혹시 이상한 수를 쓴다면 막아야지."
하지만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약간의 협의 여지는 남겨 뒀어. 나는 머뭇거리며 덧붙였다.
"그럼 개인 정보 제삼자 제공 및 활용 동의서는?"
"당분간 그녀를 관찰하고, 이상 신호가 발생할 시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그 예언서에는 그녀가 정원을 걷다가 넘어진 후 변한다고 했으니까."
"그럼 이건?"
카리안은 가까스로 웃음을 참은 것 같은 기묘한 표정으로 서류 한 장을 들어 올렸다.
"보면 몰라? 구마 의식 동의서잖아. 악령은 퇴치해야지. 웃지 마. 이게 핵심이라고."
나는 과연 이상한 영혼을 퇴치하고, 약혼자의 변심을 막을 수 있을까?
2. 줄거리
대부호 집안의 백작 영애인 사라. 어느 날 집무실에 이상한 편지가 도착한다. 보랏빛 종이에 적힌 '나는 당신의 미래를 알고 있습니다.'라는 장난처럼 적힌 편지를. 사라는 무시하려고 하지만 다음날 또 다른 편지가 도착해있고 이상해 주변에 물어봤지만 아무도 편지의 행방을 아는 자가 없다.
다음 날. 편지와 함께 동봉된 예언서에는 <흔녀 재수생이 역하렘을 차린 비결에 대해서>라는 글이 함께 도착해있었다. 내용에는 흔녀 재수생이 마가레타 영애에게 빙의돼서 황태자, 기사단장, 마탑주 등 많은 남자들을 빠지게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더욱이 이상한 것은 현재의 마가레타는 남자들이 다가오기만 해도 실신하고, 매우 소심한 성격이라는 것. 더군다나 자신의 약혼자까지 그 여자에게 빠져 배신한다고 한다!
너무도 이상하지만 수상한 편지에 사라는 일단 두고 보기로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마가레타 영애에게는 퇴마 의식 동의서를 받아놓았다. 그리고 그녀가 정원에서 넘어져 빙의된다고 하니까 집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여자들로만 구성된 호위들을 붙여놓기까지 했다.
이만하면 완벽한 준비라고 생각했지만, 사라는 갑작스레 마가레타가 기억을 잃고 한순간에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정말 예언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 경악했지만, 이전에 썼던 계약서대로 사제님을 불러 구마 의식을 치르려고 한다. 그리고 문 바깥에서 대기했지만 퇴마 기도문은 갑자기 다른 기도문으로 바뀌고 결국 구마 의식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사라는 일단 원래의 마가레타를 대하는 척하고 예언서에 나온 그녀의 행동을 파악해 본격적으로 방해하기 시작하는데...
3. 감상평
사라는 백작가의 영애지만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상재의 재능과, 돈을 모으는 재미에 사업을 직접 이끌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한 예언서에는 카리안이 자신을 배신한다고 쓰여있는 내용에 경악했다. 일단 안 그럴걸 알지만 사람 마음만 믿기엔 뭔가 불안하다. 사라는 온갖 불안감에 갖가지 대비를 해놓고, 카리안은 그런 사라가 집착한다며 좋아한다.
작중 내에서 사실 자신이 밀어붙여서 약혼한 것 같아 카리안이 불안하다는 묘사가 있었다. 남주가 대공 후계자에 잘생기고, 실력도 좋고 온갖 여자들한테 구애를 받는다고 하는데, 사라를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차갑게 대한다. 또 어렸을 때부터 사라를 좋아했기 때문에 계속 같이 있으려고 한다. 그와 대비되게 사라는 인기가 많지만 카리안에 비해 덜하고, 외모도 상대적으로 평범하다는 묘사가 있었다.
대신 작중 여주의 최고 매력은 내면의 빛이 나는 듯한 자신감이라고 한다.
처음 초반에 읽을 때는 클리셰 비틀기도 좋고, 사업하거나 머리 좋은 여주의 설정도 좋았다. 근데 소재는 좋지만 전개 과정이 좀 엉뚱하고, 필력은 지루하다. 보다 보면 집중 안되어서 대충 넘기면서 읽고 있고 금방 지루해져서 졸리다.
보다보면 황태자, 기사단장, 마탑주 등 남자들과 사라의 과거 얘기가 뜬금없이 등장한다. 친한 느낌은 아니고 주로 남조들이 여주의 행동에 깊게 인상받는다는 느낌이다.
또한 사라와 여조가 얘기할 때 아카데미에 사라가 왜 잘났는지 왜 인기가 많았는지 묘사하는데, 분명 그 설정은 매력적인데 읽는 입장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느낌이다. 이런 식으로 과거 묘사를 통해 여주가 왜 인기 많은지 설명하는 식이 한 두 번이 아니라서 글의 집중도를 떨어트린다.
빙의된 영혼도 한국에서 책을 읽고 빙의됐다는 설정이라 책 내용을 대충 알고 그에 맞춰 움직이려고 한다. 하지만 사라가 이미 다 대비해놔서 기억을 잃어버려서 불안하다.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식으로 외출을 막아놓아서 위기감도 들지 않는다. 분명 이 영혼이 남자들한테 세뇌까지 쓸 수 있는데도 하는 짓이 너무 멍청하다.
사라가 자꾸 방해하니까 사라를 악역으로 생각하는데 모든 잘못된 건 쟤탓, 나는 아무 잘못 없어 이 생각의 반복이고, 조금 잘된다 싶으면 바로 사이다 타임이라고 생각해 잔뜩 방심하고 다닌다. 뭔가 행동하는데 가식이라도 보여줘야지. 너무 쓰레기 같은 인성을 바로 대놓고 보이니까 사람들한테 외면받고 정말 일말의 위기감도 들지 않는다. 잘만 하면 위협적인 적이 됐을 텐데 이 점도 조금 아쉽다.
4. 총평
처음부터 역하렘 빙의물 설정을 알고 있는 여주. 빙의한 영혼을 갖은 수를 써서 방해하고 성공시킨다.
빙의된 영혼이 세뇌라는 위협적인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너무 멍청해 위기감이 들지 않는다. 여주가 분명 매력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뜬금포로 등장하는 과거 얘기와 지루한 필력으로 졸린 소설이다.
'소설 리뷰 > 로판, 로맨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판 리뷰] 남주와 여주가 헤어졌다(데이데이) (0) | 2022.10.03 |
---|---|
[로판 리뷰] 악당들을 위한 동화 (냥이와 향신료) (0) | 2022.09.30 |
[로판 리뷰] 어떤 계모님의 메르헨 (냥이와 향신료) (0) | 2022.09.27 |
[로판 리뷰] 신데렐라 오빠 (냥이와 향신료) (2) | 2022.09.26 |
[로판 리뷰] 남편을 내편으로 만드는 방법 (냥이와 향신료) (0) | 2022.09.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