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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뷰/판타지, 현판, 퓨전

[판타지 리뷰] 망나니 1왕자가 되었다 (글럼프)

by ahslxj15 202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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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

1. 줄거리

검으로 환생해 수백 년을 살았던 그루혼. 한때는 마검이라 불렀지만 수많은 영웅이 들고 다녔던 전설의 검이 어느 날 왕국의 1왕자의 몸에 박혀, 그루혼은 열다섯의 왕자에게 빙의되고 만다. 그러나 왕자의 몸은 살이 뒤룩뒤록 찐 고도비만에 재능이라곤 쥐뿔도 없는 몸이었는데....

 

그러나 불패라 불리던 위대한 기사, 광룡을 쓰러트린 드래곤 슬레이어, 거인을 참살하던 여제를 키웠던 경험을 되살려 그루혼은 빠르게 강해지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단숨에 마나하트를 만들었지만, 왕국의 최강자인 외숙부에게 그 기술은 구닥다리고 이미 시장된 기술이며, 저급한 용병들이 쓰는 기술이라고 비난을 듣는다. 그에 분노한 이안(그루혼)은 정보를 알아보지만, 기사들은 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거라고 판단해 제대로 된 마나하트를 익혀 그들에게 보여주리라 결심한다.

 

2. 주인공

이드리안 레온베르거(그루혼)
이 작품의 주인공. 본래는 왕가의 보물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신검이자 마검, 드래곤 슬레이어 "그루혼"이었으나, 본래 몸의 주인인 1왕자 이드리안 레온베르거가 넘어지며 배를 찌른 덕분에 1왕자의 몸으로 빙의했다.


이후 제국과 용맹하게 싸웠던 왕국의 후손들이 제국에게 빌붙어서 긍지를 잃은 것을 한심해하고, 드래곤 슬레이어였던 친우의 자손을 본의는 아니었지만 죽여버렸다는 죄책감을 가져 왕자로서 살기로 마음먹는다.

 

이미 쇠락해가는 왕국을 본래대로 되돌려놓고 본격적으로 제국과 싸울 준비를 하려고 빠르게 강해지려 한다.

본래 왕이 될 생각은 아니었지만 외숙부와 북부에서 같이 싸운 이후로 왕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확고하게 가진다.

 

검으로 오래 살아서인지, 인간의 감정에 어딘지 결여된 부분이 있다. 인간이라면 쉬거나 즐거움을 추구할 때가 있어야 하는데 이드리안은 그런 점이 없어 주변인들이 안타까워한다.

 

지키지 못한 것들을 내내 마음에 품었기에, 평소에는 티내지 않지만 무방비한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는 아픔을 드러낸다.  전쟁을 겪고 마음 편히 자 본적이 없을 정도다. 평소에는 쾌활하지만, 어딘가 결여되어 있고, 언제든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꿈속에서는 지키지 못할 자들을 향해 미안해한다.

 

활발하며 말다툼할 때는 어린아이 같고 유치할 때가 많다. 천진하거나 해맑을 때가 있는데 검으로 오래 살아온 것과는 달리 20대 청년으로 보일 때가 많다. 

상대하기 힘든 적을 상대하면 지키기 위해서 언제든 제 몸을 포기할 때가 많아서 주변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3. 세계관(주변인들)

검이었을 때 만난 영웅들을 회상할 때마다 그루혼은 그리움과 친근감을 같이 느낀다. 그들은 친구이자 제자였으며, 원수이기도 하다. 회상과 함께 신화급, 전설급 무훈시도 같이 묘사되는데 시에 어울리는 장면을 같이 곁들임으로써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이드리안이 직접 뽑은 기사들은 처음 왕자의 소문을 듣고 기피하지만, 왕자가 달라진 이후부터 충성심으로 곁을 지킨다. 여기사들의 비중이 많은데 연애 라인 없이 동료나 충성심이 전부다.

 

아르웬 키르가옌 : 왕자가 처음으로 뽑은 여기사이자 오른팔에 가까운 인물. 재능이 있어 빠르게 소드마스터에 오르고, 전쟁 지휘관으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

 

아델리아 바이에른 : 본래 왕자의 시녀였지만 이드리안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여기사로 훈련시킨다. 과거 거인들을 썰고 다니던 여기사이자 그루혼의 주인이었던 여제의 후손이었다.

심약함과 복종, 도살자와 전쟁광 특성으로 이드리안을 경악시킨다.

 

검을 쓸 때면 특성 때문에 미쳐 날뛰어서 이드리안이 진정시킨다. 때문에 언제나 조마조마하며 아델리아를 지켜보지만 엄하게 훈련시키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전쟁터에 있던 것을 본 사람들은 아델리아를 무서워한다. 재능이 S급에 해당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며, 빠르게 강해져 소드마스터에 도달한다.

 

: 본래 이드리안과 얽힌 과거의 일로 왕은 이안을 미워한다. 거의 증오에 가까웠는데 그 때문에 북방에서의 판단을 잘못해버렸다. 갑자기 변한 모습의 이안을 믿지 않다가, 한바탕 둘의 감정이 부딪히고 난 이후에는 조금씩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오래도록 감정이 안 좋아서인지 왕은 이안을 인정하고 난 이후에도 한동안 어색한 태도로 대했다. 이안에게 미안함과 안쓰러움. 대견함을 품고 있다.

 

동생 : 성군의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격이 온화하고, 타인을 제대로 살필 줄 알고 재능도 있다. 때문에 이안이 망나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때는 동생이 거의 다음 대 왕 후보였다. 그러나 이안이 달라지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형님을 좋아하고 따른다. 

 

왕비 : 몬스터들이 넘쳐나는 북방의 딸로서 기개가 넘친다. 빙의 초기 시절 아직 망나니란 평가를 받고 있을 때 유일하게 걱정하고 아껴주던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안은 본래 제 몸이 아니라는 죄책감. 내 어머니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피한다. 제국과의 전쟁 때 죽을 때까지 맞서 싸웠으며, 명사수로 백발백중이다. 왕비의 활약으로 백성들은 분노로 타오르기 시작한다.

 

겨울성의 레인저들 : 

척박하고, 몬스터들이 들끓는 곳. 춥고, 모든 게 부족하기만 한 현실 속에서 투박하지만 어딘가 정겹다. 전쟁 배테랑들이고 추격술에 뛰어나며 왕자와 생사고락을 함께해서 왕자를 동료이자 주군으로 따른다. 옆에서 왕자를 욕한다고 하면 다 같이 달려들어서 패 죽일 기세다.

 

제국 : 작품 내에 만악의 적. 황제는 최종 흑막이고, 제국은 왕국들의 적이다. 호시탐탐 왕국들을 노리며 전쟁을 일으킨다. 비겁한 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그룬(엘프들)

인간들에게는 무훈시가 있지만, 엘프들은 무훈시를 지을 수가 없다. 무훈시를 지을 수가 없으니 대신 무훈시에 곁들이는 춤으로 살인 기술을 발전시켰다. 외모는 무척 뛰어나지만 어딘가 비겁하고 음습한 기질을 갖고 있다. 엘프 종족 특성으로 다 같이 음침하다. 사람들은 외모만 보고 환상을 가졌지만, 이안은 익히 겪은 경험으로 엘프들을 무척 싫어한다.

 

시그룬은 1000년을 살아온 하이엘프로서 이안이 그루혼일 적에도 몇 번 본 적이 있다. 거의 전설에 가까운 인물이자 작품 내 최강자에 가깝다. 이안의 신화격 무훈시를 탐내며, 때문에 이안을 죽을 위기에 몰아넣기도 했다.

 

하프엘프인 검희들 : 시그룬과의 계약으로 이안은 검희들을 넘겨받았다. 하프라서 엘프 내에서 취급이 좋지 않다. 엘프들이 다 같이 벙어리로 만드는 등 학대에 가까운 취급을 당했다. 이안도 쓸 만한 검을 얻는다는 생각이었지만, 기본적인 취급만으로도 이안에게 충성을 다한다. 


4. 총평

흡인력이 무척 뛰어난 소설이다. 제목만 보고 한동안 멀리했었는데, 왕도의 전개를 따라가는 뻔한 스토리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찍먹 이후 밤을 새우게 만든 소설. 어떤 이들은 오글거린다고 하는데 단순 오글거림과는 그 격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그점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감동과 장엄함. 주인공 뽕과 여운을 느꼈을 정도.

 

무훈시를 되뇌이며 검을 쓰는 모습이 말 그대로 영웅들의 서사시를 읊조리는 것 같다. 무엇보다 작품 내 처음으로 등장하는 전쟁씬은 겨울성의 혹독한 추위와 하얀 눈들. 얼어붙는 검에 맺힌 피와 부르튼 손발. 몬스터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고 절벽 끝까지 내몰린 인간들의 비장함.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는 각오와 전쟁터의 웅장함. 그에 어울리는 가슴 뛰는 벅차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반지의 제왕 최후의 전쟁을 보는 것만 같은 묘사력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장면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필력이 어마어마한데, 이런 전쟁씬이 여러번 등장함으로써, 클라이맥스 같은 장면을 여러번 읽을 수 있었다.

 

요즘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이 소설에서는 주요 인물들이 전부 살아남질 못한다. 덕분에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고, 그에 대비해 아무도 잃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감정묘사와 희생하려는 장면이 개연성이 있다. 보다 보면 감정이 끓어올라 울컥하는 심정이 들 정도.


5. 작품 내 명장면

어스름을 고쳐잡았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었다. 
400년하고도 훨씬 더 오래 전.
오크가 몬스터가 아닌 당당한 대륙의 주인 중 하나였던 그 시절.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그 당시.
내가 마검이라 불리던 시절의 기억.

"녹색 시체를 쌓아 산을 올리니."

이것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어느 비범한 사냥꾼의 시.
오크를 증오하던 어느 가련한 사내의 노래.
신화에 관한 노래도 아니고, 영웅에 관한 노래도 아니다.

"그 아래 붉은 못이 생겨나더라."

그저 싸우고 싸우다 결국 힘이 다해 살해당한 아비의 애달픈 추모곡, 비범했던 복수자의 덧없는 노래일 뿐이다.

{[복수의 시]를 노래합니다.}

그 슬프고 처절했던 시가 단 한 구절의 누락도 없이 세상에 울려 퍼졌다.
아아아아아.
어스름이 구슬피 울었다.
그건 명장이 혼을 바쳐 벼려낸 검이 곧 생을 잃을 자들에게 바치는 애도.
탁.
바닥을 박찼다.
첫 애도는 오크 워리어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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