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 ⭐⭐⭐
1. 소개글
왜 수능 전날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안 되는가?
거기엔 대략 세 가지 이유가 있다.
1. 수능 전날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높은 확률로 트럭에 치여 빙의되기 때문에.
2. 보통 입시를 코앞에 두고 죽은 대한민국 고3은 이세계에 가면 먼치킨이 되기 때문에.
3. 그럼에도 그 먼치킨이 되기 전까지 온갖 개고생을 다 하기 때문에.
수능 전날 17권짜리 정통 판타지 소설 <이르커스의 서>를 읽은 죄로, 한유안은 수능 보러 가는 길에 트럭에 치여 죽고 만다.
9월 모의고사 만점자의 수능 당일 사망을 하늘도 안타깝게 여겼던 걸까?
한유안은 <이르커스의 서> 세계관에 냅다 떨어진다.
드디어 이세계 고등학생 깽판물의 시작인가? 라는 기대도 잠시.
언어 안 통하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황궁에 잘못 떨어져서 황비의 애완 인간으로 전락해 버렸다. 심지어 주인공 등장까지는 아직 4세기나 남았다.
남들은 소설에 빙의하면 호의호식하고 잘만 산다던데, 전생에 무슨 죄를 지은 게 틀림없었다. 나라라도 팔아먹은 게 아니라면 영생 저주에 걸릴 리가 없으니까.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400년을 살다 보니 그만 대현자 칭호까지 달고만 한유안은 이제 정말…… 그냥 곱게 죽고 싶다.
그러나 죽기 위해선 저주를 남기고 떠난 마녀, 예카리나의 후손을 꼭 황제로 만들어야만 하는데…….
“당신은 누구야? 날 왜 도와주지?”
‘신이시여, 이제 드디어 절 죽여 줄 마음이 드셨나요? 감사합니다!’
정말 신이 준 400살 생일 선물일까?
예카리나의 후예이자 이 소설 속 주인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
2. 줄거리
수재였던 한유안은 주도면밀하게 노력해 모의고사 만점을 받고, 수능 결과의 기대를 품는다. 그런 유안을 보고 친구가 농담처럼 던진 말. 너 같은 애가 수능 전날 책 읽으면 그 속으로 빙의된다는 말을 듣고, 마침 심심해서 집에 있던 17권의 소설 중 1권만 읽고 내용을 짐작하면서 책을 덮는다.
그리고 수능날 아침에 트럭에 치이고, 판타지 세계 황궁 분수대에 떨어져버리는데...
졸지에 노예가 된 유안은 그를 재밌어한 황비의 노예가 되고, 얼빠였던 황비는 유안에게 글과 마법을 가르쳐준다. 한편 얼굴만 잘난 황제를 사랑하며 마녀의 힘을 쓴 황비는 점차 죽어가고, 그런 황비를 안타깝게 여긴 유안은 죽어갈 때 황비의 축복을 받겠다고 말하지만 '오래오래 살아달라'라는 말에 생각지도 못했던 불멸자가 되어버리는데....
오래 살면서 온갖 인간들의 군상을 지켜본 유안은 인간들에게 학을 떼고, 죽고 싶어 황비의 혈통을 찾아 황제로 만들고 죽게 해달라고 하지만, 본래 권력에 관심 없던 마녀들은 유안의 부탁을 거절하고 저마다 행복하게 살다가 죽는다.
결국 인간이 오지 않는 숲 속에서 나무들과 살던 유안에게, 결계를 통과해 들어온 아이.
나무의 부탁에 아이를 구해준 유안은, 그 아이가 목숨을 위협받는 3황자임을 또한 자신이 읽었던 책 속의 주인공임을 깨닫고, 구해주고 황제가 되게 해주는 대신 자신을 죽여달라는 계약을 마친다. 그런 유안과 함께 지내게 된 아이 이르커스는 주인공다운 재능과 반대로 아직 마음이 약했고, 유안은 그런 아이를 무심하게 만드려 하는데....
3. 주인공들
* 배경/분야: 판타지물/책빙의
* 작품 키워드: #책빙의 #판타지 #역키잡 #계약 #사제관계 #황제공 #직진공 #다정공 #짝사랑공 #먼치킨공 #빙의자수 #대현자수 #불멸자수 #능력수 #무심수 #까칠수 #다정수
* 공: 이르커스 사크리나 로베인 – <이르커스의 서> 주인공. 황궁에서 도망친 후, 한유안을 만나 그와 계약을 맺고 함께 지내게 된다.
* 수: 한유안 – 수능 당일, 트럭에 치여 <이르커스의 서>에 빙의한 전직 대한민국 고3. 현직 남쪽 숲의 대현자.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이르커스와 계약하고 그를 황제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 이럴 때 보세요: 불멸자를 향한 필멸자의 깊은 애정이 보고 싶을 때.
* 공감 글귀: “날 사랑한다면, 넌 날 죽여 줘야 해.”
4. 감상평
취적인 소재고, 무난한 킬링타임용인데 뭔가 안읽힌다.
황궁에서 마법사로 생활하다가 불로불사를 원하는 황제에게 목이 잘리고 감옥에 갇히는 등. 황궁을 벗어나고 전쟁을 일으키는 왕족들. 기껏 아이들을 구해줬더니 커서 탐관오리가 되는 등.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보며 유안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더러움을 알고 믿지 못한다.
그런 유안에게 찾아온 이르커스. 이르커스가 자신을 죽이게 하려고 어릴 때부터 죽여야 한다고 말하거나, 인간성을 덜어내려고 용병처럼 키운다. 키우는 건 몇편 이내로 금방 성장하고, 이후 성장한 이르커스는 검과 마법의 먼치킨으로서 인간성은 덜어졌지만, 유안을 좋아하게 돼서 죽이고 싶지 않아한다.
이르커스를 황제로 만드려고 황궁에 들어서고, 이미 황궁은 1황자가 꽉 잡고 있는 상태.
유안은 힘으로 황제를 찬탈하는 건 쉽지만,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해 귀족들과 접선해 정치력을 기르고자 한다.
전체적으로 오래 살아온 불멸자지만, 그냥 세상 경험이 많은 고등학생 같고, 판타지 세계에 맞지 않게 이종족도 별로 없으며 그나마 유일하게 나이가 엇비슷했던 드래곤도 400살의 나이로 드레곤 슬레이어에게 죽어버린다.
힘을 가진 먼치킨인데 일을 사서 만드는 느낌이고, 그 과정도 쓸데없는 느낌이다 보니 흥미롭지 않아서 재미가 없다.
반면 황자인 이르커스의 존재감은 약한 느낌에, 유안을 죽이고 싶지 않아 황위에 대한 욕심도 보이지 않고, 주변 동료들은 용병인데도 거의 마음 약하고 순진한 점. 유안도 죽여달라고 말하지만 초반 빼고 상처와 무게감이 보이지 않는 데다가, 가끔 이르커스가 인간성 없는 모습을 보이자 그래야 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 씁쓸해하는 점 등.
전체적으로 설정과 나이에 걸맞지 않고, 생각과 성격이 모순적이다.
뭔가 허술하고 대충인 느낌.
그렇다고 캐릭터들이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스토리도 흥미롭지 않아서 일찍 하차한 작품.
5. 총평
차원이동하고 불멸자 + 대현자가 되어 죽고 싶은 수와, 그런 수를 죽여야 하는 제자 겸 황자 공.
소재는 좋지만, 캐릭터들이 매력 없고 몇몆 개연성이 허술한 데다가, 감정 흐름이 모순적이고 무미한 느낌으로, 초반은 흥미있었지만 이후 늘어지는 느낌이라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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