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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뷰/bl

[bl 리뷰] 물고기의 호흡법 (게리온)

by ahslxj15 2022.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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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

1. 소개글

장태승은 바다다. 그를 떠올릴 때 김윤오는 늘 외롭고 깊은 바닷속을 헤엄치는 한 마리의 상어가 된 기분이다. 장태승을 생각하는 일은 상어의 헤엄과도 같았다. 상어는 죽을 때까지 헤엄을 멈출 수 없다.

"난 너랑 잘 지내고 싶어, 정말."

장태승이 말했다. 여기서 너와 친구 따위는 되고 싶지 않다고, 나는 좋아하는 사람과 친구를 할 만큼 신경 줄이 굵은 놈이 아니라고 소리치면 어떨까.

그는 숨을 쉬기 위해 장태승이라는 바다를 쉼 없이 헤엄쳤다. 다른 바다는 몰랐다. 마날 수 없게 되는 날이 오면, 폐부 가득 그를 담고 지느러미를 멈추고 싶었다.

"진짜 짜증 나."

김윤오는 눈을 감았다. 좋아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리 없지.

"말도 좀 예쁘게 하고. 잘생긴 얼굴 아깝지도 않냐."
"지랄하네."
"또."

상대는 김윤오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헝클였다. 그는 그 손을 쳐 낼 수 없었다.

"김윤오 씨, 이제 친구로 인정해 주시나요? 저 욕심 생기는데요."

장태승은 악수를 청했다. 김윤오는 길고 외로운 투쟁 끝에 결국 자신이 패배했음을 알았다. 한참 말없이 제게 내민 손을 바라보던 그는 늘 다시 한번 잡아 보고 싶었던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마주 잡았다. 친구로서.

"와."

장태승은 활짝 웃었다. 처음으로 마주 보고 잡은 손은 따뜻했다.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그 안의 산소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숨 쉬는 방법이라곤 이것밖에 모르는 김윤오는 한없이 막막해졌다. 마지막 방어선이었던 가시조차 세울 수 없다면, 대체 이 마음을 어떻게 숨길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2. 스토리

부잣집 아들 김윤오. 어머니가 연예인이라 항상 유명세가 따라다녔다. 그런 어머니가 우울증으로 자살하고 이후 한동안 메스컴에 시달리다가 장태승을 만나고 위로받는다. 장태승의 어머니는 김윤오의 집에서 이모님이라 불리며 김윤오를 잘 챙겨주는 분이었다. 

 

모범생으로 소문난 장태승과 김윤오는 정반대로 보였다. 김윤오는 어머니를 쏙 빼닮은 외모에 남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스타일로서 사람들의 관심이 싫어 제멋대로 생활한다. 그래서 학교 내 문제아로 취급받는다.

 

한편 김윤오의 성적이 걱정되었던 어른들은 친하게 지내는 이모님의 아들이자 엄친아로 소문난 장태승에게 과외를 부탁하고, 김윤오는 남몰래 장태승을 좋아하지만 겉으로는 표현할 수 없어 일부러 싫은 척한다.

 

김윤오에게는 자신을 위해주는 이모님과 새엄마가 있었고 아직 아빠가 남아있었으며 매일 챙겨줘야 하는 또는 위로받는 존재인 해남이가 있었다. 해남이는 어릴 때부터 길러온 믹스견으로서 이젠 나이가 적지 않아 한결 애틋한 존재였다. 한결같은 나날 속에서 김윤오와 장태승에게 사건이 찾아오기 시작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시시각각 달라지기 시작한다.

 

 

3. 주인공

김윤오(수) :

어머니를 닮아 매우 잘생겼다. 선천적으로 타인의 이목을 끄는 존재로서, 까칠한 성격으로 학교 내 친구들과 장태승을 제외하고는 김윤오를 기피한다. 장태승과 썸을 타는 여자를 가로채 사귀는 등 성격이 나쁘다. 

 

다만 근본적으로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물러지는 등. 악하지는 않다. 양아치 같은 이미지로 폭력을 휘두를 때도 있고 화낼때도 많지만 점차 집안의 우울에 전염되어 물들어가고 있다.

 

장태승(공) :

단정하고 강직한 인상. 공부를 잘하며 저절로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라 학교 내 인망이 높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고 마음이 넓다. 흔한 엄친아 이미지. 김윤오와의 동질감을 품고 있고 첫인상이 너무 좋아 내심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김윤오가 시비를 걸 때마다 못본척 하지만 시간이 지나 김윤오의 태도가 물러지자 다가가기 시작한다.

 

 

4. 장점

감정표현을 정말 실감나게 잘 묘사했다. 우울한 감각을 물 속에 가라앉는 것으로 묘사해 저도 모르게 이입된다. 이 같은 장면이 정말 우울증 환자가 쓴 것처럼 디테일하다. 작품 내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뛰어난 소설이다.

 

김윤오가 폭력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으면서도, 어떤 심정으로 그랬는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말 그대로 찌퉁이 된다. 이젠 모든 걸 놓아주고 싶을 때. 지쳤을 때. 그런 김윤오를 붙잡고 있는 장태승의 존재도 빼놓을 수가 없다.

 

인물간의 감정묘사. 악의로 인한 사건으로 인해 각각 어떤 심정을 품고 있었는지. 김윤오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조건들을 다 갖고 있음에도 얼마나 불행할 수 밖에 없는지 그 감정들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김윤오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물 속에 잠겨 들어가 푸른 우울감에 빠지는 느낌에 나 또한 빨려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위로가 되는 존재들이 있어 가끔 밝아져서, 읽다가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

 

 

5. 단점

취향 따라 달라지지만 수가 폭력을 휘두를 때가 있어 이 부분이 불호 포인트일 수 있다. 물론 내면에선 그만의 사정이 있고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너무 과민 반응한다고 생각하면 싫을 수 있고 우울감이 자주 등장하는 점이 취향 따라 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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